청바지를 입는 날은, 그냥 걸어도 괜찮은 날이다
청바지. 가끔은 아무 이유 없이 손이 간다. 어울리는 상의도 정하지 않은 채, 무심코 꺼내 입게 되는 옷. 하지만 그 무심함이 참 편안하다. 어딘가 나서지 않아도,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기분을 주는 옷. 청바지는 늘 그래왔다.햇살이 느슨해지고 바람이 살짝 따뜻해진 5월, 계절이 살에 닿는 감촉을 천천히 알려올 때 청바지를 입는다. 어깨에 바람을 올리고, 한 손엔 아이스커피를 들고, 골목길을 따라 그냥 걸어본다. 누구와 약속한 것도 아닌데, 그저 혼자 걷는 일마저도 그럴듯해지는 날. 걷는 길 위에 이유를 두지 않아도 되는 하루.청바지를 입는 날은, 내 마음이 조금은 단단하고, 조금은 유연하다는 걸 알게 된다. 스스로에게 가벼운 허락을 주듯,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간다. 그런 날에는 목적지가 없어도 괜..
2025. 5. 7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