운동화를 고를 때 나는 유난히 '가벼움'을 중요하게 생각한다.
발끝에서 시작된 가벼움이 마음까지 닿을 수 있다는 걸, 어느 봄날 나는 알게 되었다.
그날은 바람이 참 좋았다.
에어컨 바람도, 난방기의 온기도 필요 없는 그 완벽한 온도.
햇살은 살짝 기울어 있었고, 나무들은 조용히 손을 흔들며 "지금이야"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.
나는 가볍게 주머니에 핸드폰만 넣고, 가장 편한 운동화를 꺼내 신었다.
그건 특별할 것 없는 낡은 흰색 운동화였다.
캔버스 천이 조금 헤져 있었고, 굽도 닳았지만
이상하게도 그날따라 더 예쁘게 보였다.
마치 “오늘은 나랑 걷자”고 말하는 것처럼.
걷다 보면 이상하게도 기억이 따라온다.
가정의 달, 모두가 따뜻할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
‘가정의 달’이라는 말은 때때로 포근한 담요처럼 들린다.하지만 어떤 이에게는 차가운 외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.우리 사회가 말하는 ‘정상적인 가정’이라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들에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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고등학교 때 체육복 바지에 꿰맨 듯 어울리던 운동화,
처음으로 혼자 여행 갔던 날, 지도를 보며 헤매다가 다 떨어지도록 걸었던 길,
비 오는 날 흙탕물 튀겨가며 우산 없이 달렸던 순간까지.
한 발 한 발 걸을 때마다,
나는 그 순간의 나와 연결된다는 기분이 든다.
‘지금’의 나도, ‘그때’의 나도 같은 속도로 걸으면서 어딘가를 향하고 있는 듯한 기분.
그리고 이런 생각도 든다.
걷는다는 건 때때로 가장 소박한 자유라는 걸.
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, 목적지도 딱히 정하지 않고,
마음 가는 대로 발을 내디딜 수 있다는 것.
가벼운 운동화 한 켤레가 그 자유의 첫걸음을 대신해줄 때,
나는 세상과 나 사이의 경계가 흐릿해진다.
햇살이 좋은 날, 갑자기 산책이 떠오른다면
꼭 새 운동화가 아니어도 괜찮다.
구겨진 발등, 살짝 벌어진 옆창이 오히려 나와 닮아 더 따뜻하니까.
그 신발을 신고 걷다 보면,
어느새 복잡한 생각들이 뒤로 밀리고
지금 이 계절의 바람과 향기에 집중하게 될지도 모른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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